2007년 04월 11일
<The mission> 선교, 때로는 그들만의 시선.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나 아름다운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했다면 내가 이상한 걸까. 불순한 걸까. 영화에는 분명 누구나 가슴 아프고 불편해할 만한 장면들이 있었다. 인간만이, 그 중에서도 '우리들'만이 우월하다는 터무니없는 오만에서 비롯된 경계 밖에 대한 폭력성은 언제 봐도 소름이 끼치는 것이니까. 불타 쓰러지는 마을과 죽어가는 이웃들을 보는 아이의 눈동자나 그들의 상처 난 발, 바닥에 널부러진 그들의 '왕'과 왕자의 시체,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누는 몸짓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군인들. 모두 슬프고 괴로운 모습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장면들 외에도 사랑과 이타심이 넘치는 신부들의 선교활동과 처음 로드리고가 눈물을 흘리며 과라니족에게 안기는 모습 그리고 주교 일행의 감동적인 소위 '지상낙원'에의 입성도 계속 한 쪽에 꽁해있는 나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달래며 지켜봤다. 내가 이상한 건가?
콜럼버스를 시작으로 한 서양인들만의 '위대한 발견' 이후로 서구의 기독교, 선교사들이 해온 활동들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선교활동이 때론 서구 제국주의와 식민지화의 시작을 위해, 그 민족 내부로 접근하고 진입하기 위해 이루어지거나, 후에는 식민지 정신적 지배의 수단으로 악용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화의 오류를 피하고 보면, 그 중에 다른 국가의 땅을 '남의 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숨과 인생을 다 바쳐서 그 곳 사람들의 권리와 복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다가 죽는 선교사들도 수없이 많다. 그런 활동들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종교를 떠나서 존경스럽다. 엘 살바도르의 군부독재에 맞서 싸우다 죽은, 영화 <로메로>에서도 묘사된 오스카 로메로 주교처럼 말이다. 그 외에도 근대 우리나라에서 평생을 애쓰다 죽은 많은 신부들의 노력도 평가절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영화를 보면서 계속 불편했던 것은. 영화의 시선이 계속 아래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교가 말했듯, '우리가 오지 않는 것이 가장 나았을 것'이라는 말대로, 신부들의 노력은 가상했을지 몰라도 그들이 만들어 놓은 변화가, 발전이자 진보라고 함부로 말하기는 주저하게 된다. 옷을 입고, 바이올린 등의 자체 수공업이 본래의 사냥을 대체한 생산, 경제활동이 되는 것들이 그들에게 물리적, 양적 증가는 가져올 수 있었지만, 그런 발전이 과연 그들에게 이로우며 그들과 그들의 문화가 '진보'했다고 할 수 있을까. 문득 책 <오래된 미래>가 떠오르기도 했다.
신부들이 과라니족을 한 가족으로, 사랑으로 대하고 있는 것은 느껴졌으나, 동시에 그들을 '개화'할 대상으로 보는 것도 느껴졌다. 야만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문명인'으로 말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데에, 꼭 그렇게 그들의 삶과 문화를 바꾸려고 했어야할까? 여자들에게 옷을, 그것도 흰 옷을 입힌 이유는 무엇일까. 순전히 자신들의 기준으로 그녀들의 가슴이, 벗은 몸이 보기 불편해서 순결한 흰 색으로 가리려던 것일까. 그 뿐만이 아니라, 나는 내용은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문인 외국 성가를 일사분란하게 흰 옷을 입고 부르는 과라니족, 본래 자신들의 치장과 음악과 무기를 잊은 그들, 종전과는 달리 그저 가지런히 서있던 그들의 모습은 하나도 감동적이지 않았다. 불편했다. 그들은 뭔가 아랫사람 취급도, 비문명인취급도 당해서는 안 된다. 동등한 인간이지 자신들의 친구들을 죽이거나 끌고 가서 팔아버린 로드리고를 그렇게 간단히 용서하고 안아주며 친절하게 그가 짊어진 벌까지 잘라 내주는 다루기 쉬운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비야씨의 책에서 읽었었다. 지구의 어디를 가든 그곳의 문화와 의식을 따르는 것, 그것이 가장 그곳 사람들을 존중하는 길이며 금방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책을 보면 한비야씨는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은 기본이고, 원주민들 사이에서 그들이 건네준 소였나, 염소였나의 피도 한 번에 받아 마시곤 한다. 영화 속 신부들은 그런 마음가짐이 아니라, 자신들이 과라니족의 세계에 들어갔음에도, 어떻게 보면 침입했음에도 계속 종교적인 문제뿐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문화를 바꾸려고 하는 듯 보였다. 계속 과라니족을 그들의 큰 키만큼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말이다. 그렇게 위에서 바라보는 한, 나는 그들이 잘해도 불편하고 싫고, 못하면 더 밉다.
P.s. 너무 좋아하는 제레미 아이언스, 최근 에라곤에서 봤을 때보다는 확실히 젊어보이지만..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


# by | 2007/04/11 17:24 | <영화>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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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서양 사람들이 자신들이 옳고 선진문화이고 신의 모신다 자칭해도,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문화 침탈, 경제적 침탈에 불과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제국주의가 세계를 휩쓴 것을 보면, 종교적 활동조차 그 제국주의에 알게 모르게 협조한 측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종교란 것은 객관적인 증거가 없이 주관적인 문화에 불과한 것인데, 자기 문화만 옳고 상대방 문화는 부정하는 태도는 서양 우월주의, 자문화 중심주의가 되어버릴 뿐이지요.